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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기억하는 방법
혹은 여름을 잊는 방법

오늘은 귀찮아서 출근을 하지 않았다. 알람은 제시간에 울렸다. 5분 정도 자고 10분 정도 뛰면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좀더 잤다. 자고 일어나니 7시 10분이었다. 택시를 타면 그럭저럭 출근할 수 있었다. 집에서 일터까지 택시를 타면 지각이지만, 도착은 할 수 있었다. 택시비는 25000원 정도 였고, 나는 최저시급을 받는다. 일자리를 옮기고 싶다. 나는 문자를 보냈다. 짧은 문자를 팀장에게 보냈다. 늦게 일어나서 반차를 쓰겠다 했고 팀장은 알았다고 했다.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나는 다시 잤다. 요즘 방문을 꽁꽁 잠그고 잔다. 몇 번 덜컹덜컹 하는 소리가 들려서 깼다. 그래도 모르는 척 하고 잤다. 자다 깨서 다시 시간을 계산했는데, 일터까지 대중교통으로는 넉넉하게 잡고 가면 두 시간 정도가 걸렸다. 다시 택시를 탈까 고민 했다. 하지만 마땅히 방법은 없었고,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택시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길음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길음역 근처 닭꼬치 집에서 닭꼬치를 두개 먹었다. 종종 퇴근길에 저녁 대신 닭꼬치를 사먹는 집인데, 주인분들이 늘상 이것저것 말을 걸어주신다. 다른 손님 할머니가 나에게 자꾸 맥주를 권하셨는데, 주인 내외 분들이 아유~ 출근한대요~ 하면서 재차 그녀를 말렸다. 맥주 조금은 괜찮은데, 내외분을 민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잠자코 있었다. 그렇게 일터로 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름 휴가를 받아봤다. 8월 31일까지 쓸 수 있는 5일의 연차, 6개월 이상 근무한 근무자에게 주어지는 휴가. 나는 이걸 어찌 쓸까 하다가, 면접보는데 하루 써버렸고, 또 언제 늦잠을 잔 날 써버렸다. 3일이 남았는데 아마도 다른 곳 면접보는데 쓸 것 같다. 아니 실은 미리 올려두었다. 이력서를 두 곳 보냈는데, 하나는 제주도에서 하는 일자리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어쩌구 저쩌구 시민단체다. 제주도 일자리 사업 서류를 붙으면 면접을 2박 3일 동안 봐야 한다. 시민단체 면접에 붙어도, 일주일 동안 현장에서 땅파고 으쌰으쌰 해야한다. 상상하는 최악은 제주도 면접 붙고 여름휴가 소진된 다음에 떨어지고, 시민단체 면접 붙어서 땅파고 봉사활동하다가 탈락하는 거다. 그럼 뭐 남는게 없다. 피서는 오랫동안 가 본적 없다. 여름 방학은 익숙하다.

재작년까지 여름이면 방학이었다. 여름엔 언제고 별 일 없었다. 일을 찾아다니거나 일을 했다. 작년 여름엔 광주에 있었다. ACC에서 하는 교육을 듣고, 교육이 끝나고 목포도 다녀오고 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크게 재미도 없었다. 조선대 기숙사에서 혼자 쿨쿨자고 그랬다. 교육은 시시했다. 왜 사람을 굳이 광주로 불렀을까 싶었다. 광주 음식은 맛이 좋았다. 꽃이 잔뜩 펴있었다. 셔츠 한 벌을 샀다. 그게 전부다.

수영에 대한 이야기는 꽤 괜찮은 아이스브레이킹이 된다. 처음 만난 사람과 수영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있다. 나는 수영을 못한다. 수영을 배울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끈기가 없어서 그럴까 물속에서 숨을 쉬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수영을 못한다. 한 두어번 죽을 뻔하면 수영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물 에서 숨을 쉬는 방법을, 물에서 숨을 참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사 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우리가 당연히 땅에서 걷고, 숨을 쉬니까 어디 이게 당연한 줄로 안다. 어릴 때, 아빠랑 같이 물놀이를 가면 아빠는 나는 그래도 개헤엄을 할 수는 있다 하면서 자랑을 했다. 그리고 사람 말고 다른 동물은 헤엄을 배우지 않아도 헤엄칠 수 있다며, 사람이 우습다 했다. 나는 아직 수영도 헤엄도 할 줄을 모른다. 올해도 딱히 물놀이를 갈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