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영수 로고

까치까치 죽은 날

    미애는 애매하게 식은 치킨을 뜯고 있다. 빨간 플라스틱 포차 테이블에 끌면 드르륵 칵하는 그 의자에 앉아 가지고 맥주는 절반 이상 남았다. 남자친구가 대로변에서 전화하며 담배를 태우고 있다. 특유의 너털웃음을 짓는 게 보이는데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직장에서 전화가 왔다고 했다. 근데 직장에서 온 전화를 담배 피우면서 받아도 되는 건가. 요즘에는 지루하고 이해 안 되는 것투성이다. 미친놈, 애인도 흡연가면 그 정도는 기다렸다가 같이 피우지. 괜히 자리를 비웠다간 애매하게 남은 음식을 치우실까봐 일어나지도 못하겠다. 둘러보니까 미애만 혼자다. 왁자지껄. 남자친구가 두고 간 서류 가방 아니었으면 미애는 기분이 좀 난처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지금 자신의 표정이 어떤 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해졌다. 아무도 지금 내 얼굴을 안 쳐다봤으면 좋겠다. 상처받고 외로워 보이는 얼굴이면 어쩌지, 그런 건 진짜 절대 아닌데.

    여름날 실온에 덩그러니 내놓아진 맥주잔은 땀을 자꾸 흘렸다. 아주 흥건해서 물이 흐를 정도였다. 미애는 이제 맥주를 절반 이상 먹었고, 치킨은 배불러서 들어가지 않는다. 솔직히 이제는 진짜 너무 식은 것 같다. 비둘기들이 얼쩡거린다. 야 저리가, 너네도 치킨 되고 싶냐. 생각해 보니 비둘기가 닭을 먹을 수 있던가. 남자친구는 아직도 어깨를 들썩거리며 통화를 한다.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핸드폰 놔두고 가면 아무 일 없겠지. 계산도 해야 하는데. 괜히 남자친구가 서 있는 도로변까지 나가서 라이터를 달칵였다. 담배의 뒷꽁무니에 빨갛게 불이 붙는다. 뭐가 그렇게 재밌지? 사회생활은 원래 웃어야 한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남자친구는 미애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미애가 세 걸음쯤 가까이 서 있는 걸 발견하더니 눈이 커지고 나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줄게- 전화를 끊었다. 웃는 얼굴. 시원시원한 얼굴. 세상은 더운데도 네 얼굴 하나는 시원하구나. 남자 친구 핸드폰을 힐긋 보아도 바로 화면을 꺼버리는 바람에 누구랑 통화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아이고 미안해. 친구 때문에. 오래 걸렸지, 나 빨리 마저 먹고 있을게!

    남자 친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제 미애 앞에 보이는 건 빨간 불빛 뒷꽁무니에 달고 빨리 달리는 자동차들뿐이다. 이번엔 도로에 덩그러니 남겨져서 담배 연기를 먹는다. 이게 무슨 기분이지. 여름이라 더워 죽겠고, 차도 가까우니 열기 때문에 두 배로 덥다. 미치겠다. 아까는 회사라며. 이게... 도대체 무슨 기분이지. 맥주 때문에 얼굴에서 열이 났다. 나 화가 나나. 근데 사실 화를 낼 만한 일인가. 아닐 수도 있잖아. 비둘기가 차도로 거침없이 뛰어든다. 담배 다 피워서 지져 끄고 뒤돌아서 걸어가는데, 치킨은 줄어들어 있지 않았다. 남자 친구는 핸드폰을 보며 들썩거리고 있다. 너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늘상 재밌니. 계산을 하러 들어갔다. 역시 계산을 먼저 해두지는 않았다. 이만 얼마를 결제하고 나와서는 무언가에 또 열중해 있는 남자 친구에게 다가갔다. 인스타 디엠 창을 보며 웃고 있다. 급히 뒤로 가기를 누른다. 수많은 메세지. 혼자 있어도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외로울 틈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혼자 있든 말든 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결국엔 아무렇지 않은 건가.

    ⎻ 어 너가 결제했어? 아이고... 내가 하려고 했는데. 다음에는 꼭 내가 살게.

    괜찮다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힘이 없었다. 남자친구는 서류 가방을, 미애는 숄더백을 달랑거리며 대로변을 걸어 을지로입구역까지 걸어갔다. 하나도 재미없다. 남자친구가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간다. 걷다가 미애가 안 오는 것 같으니까 뒤를 돌아본다. 하나도 웃고있지 않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 시원하지 않은 얼굴.

    ⎻ 나 오늘은 버스 타고 가려고.

    남자친구는 데려다 줄지 고민하는 것 같은 얼굴을 짧게 보였다가 미소를 적당히 지으면서 알겠다고 했다.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과 함께 다시 뒤돌아서 잘 내려간다. 뒤를 또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음, 이제는, 이제는 최종적으로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 이런 기분이 들면 미애는 항상 버릇처럼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한다. 근데 뾰족이 잘못된 건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이래저래 이유가 있었겠지. 쟤가 날 자꾸 혼자 두길래 짜증 나서 혼자 있고 싶어졌는데, 막상 혼자가 되니 뭐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었다. 세상 걸어가는 사람 모두가, 혼자 서 있는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둘기마저도! 누구는 기분이 안 좋으면 밖에서도 혼자 진탕 마신다는데, 미애는 그런 애가 아니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어진다. 그래서 미애는 보도블록만 바라보면서 서 있다가 종국에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기분을 안게 되었다. 그냥 집에 가자. 꺼져! 이 비둘기들아. 날지도 않는 게 보행자 방해하지 말고.

    미애는 그다지 신경질적이지 않다. 기분이 어쩌고저쩌고 소란스러운 것도 다 속에서 하는 말뿐이다. 어느 정도냐면, 손님이 지가 계산하네 내가 계산하네 아웅다웅하다가 준비된 다른 손님 음료 엎어서 미애 앞치마와 바지와 신발을 다 적셔도 짜증 안 낸다. 손님은 아기다. 미애가 일하면서 자주 생각하는 말이다. 아무것도 못 하고, 엎지르기도 하고, 소란하기도 하고, 가끔 예의가 없기도 하고 뭣도 모르는, 아기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제 미애는 카페 알바생이 아니라 한 명의 어린이집 선생이 되어 손님이란 사람들이 뭘 하든 웃어 보이는 것이다. 근데 역할에 너무 심취하다가 보면 다른 데에서도 그 인격이 깜짝 등장할 수 있다고 어떤 연기자가 인터뷰에서 그런 것 같다. 미애는 이제 어떤 불행이 닥쳐도 일단 잔잔한 미소를 짓는 것에 아주 익숙해졌다.

    알바를 끝내고 돌아온 미애는 식탁 의자에 혼자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다. 얼굴이 뻐근했다. 너무 오래 미소를 지은 탓이다. 그러나 미애는 여전히 자신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지 못한다. 이 때 빨리 거울을 봐야돼 . 미애는 거울 앞에 섰다. 오랜만에 보는 것처럼 얼굴이 낯설다. 나 살이 좀 쪘나. 머리가 좀, 너무 상했다. 이제는 거울에 한 발 더 가까이 서서 얼굴의 이곳저곳을 뜯어봤다. 내 눈은 왜 이렇게 모여있지. 근데 눈이 크지는 않아서 더 답답해 보여. 최근에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마음이 뜰 만한 이유를 살폈다. 자꾸 보니까 나를 왜 좋아했는지조차 모르겠다. 남자친구는 키가 크니까, 위에서 바라보는 내 모습이 혹시 이상하려나. 탈모가 최근 스트레스로 심해진 것 같다고 느꼈는데, 정수리가 조금 비었을 지도 몰라. 그런데 아무리 눈을 치켜뜨고 턱을 당겨 정수리를 확인하려 해도 보이지가 않았다. 종국에는 불행했다. 덩그러니 거울 앞에 주저 앉아서 아무것도 못 하다가, 울고 싶은데도 눈물이 안 나와서 유튜브에 슬픈 영상 하나 보니까 눈물 잘 나길래 펑펑 울었다. 사실 미애는 거울 앞에 처음 섰을 때는 분명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전부터 불행했던 걸 알고는 있었던 것 같다.

    미애는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이름까지 닿았다. 1970년대에서 90년대까지의 출생자에게 자주 붙이던 이름. 아름다운 사랑. 진짜 간단하고 심플한데 멋이 없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게 뭐야. 게다가 촌스러워. 처음 남자친구와 사랑을 시작할 때는 너의 모든 게 다 좋다고 말해주었던 것 같다. 볼과 다리에 유독 살이 많은 것, 눈이 동그란 것도 귀엽다고 해주었고, 이름이 미애라고 할 때는 고양이 울음소리같다고 귀엽다고 해주었다. 그러니까 사실 미애는, 남자친구가 자신을 그렇게 말해주어서 비로소 자기가 귀엽다고 느꼈고, 남자친구가 이제는 변해버려서, 더 이상 자신이 귀엽지가 않다고 생각했다. 남의 사랑 없이는 도무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가 없냐. 이름값을 못 한다는 걸 알았다.

    이름도 바꾸고 싶고, 눈도 바꾸고 싶고, 머리털도 바꾸고 싶고, 마지막에는 결국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다음에는 인간으로 태어나지 말아야지. 생각을 너무 많이 할 수 있는 고등 생물도 괴로운 법인 것 같다. 뭐로 태어나지. 엄마한테 전에 그 질문을 했을 때는 절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단호한 대답을 들었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게 베스트. 그건 솔직히 인정할 만했다. 그러다 문득 땅 위에서 버둥거리지 않아도 하늘을 펄펄 날고 싶었다. 새들은 잘 날기 위해서 배변 활동을 참지 않는다고 한다. 체중을 언제나 가벼이 해서 날기 용이하도록. 그러니까 이 녀석들은 하늘에서 눈치도 보지를 않는 거다. 그것도 역시 부러웠다. 근데 그렇다고 닭으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이 미친 인간이라는 종족들이 지배할만한 동물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 닭은 심지어 날지도 못하잖아. 까치라면 어떨까. 걔네는 길조니까.

    ⎻ 까아악. 깍. 까아아악.

    갑자기 문밖에서 아주 끔찍한 소리가 났다. 푸드덕거리고 할퀴고 소리를 지르고 부딪히는 소리. 깜짝 놀라 귀를 막는 것도 1분 넘으니까 팔이 아팠다. 그냥 온몸으로 동물들의 비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문이 쿵쿵거리며 진동한다. 왜 지금 싸우는 거지. 왜 내 집 앞에서 싸우는 거지. 불행이 닥쳐온다. 미애는 또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인다.

    소리가 잠잠해지고서야 이제 담배를 피울 수 있을 것 같아 밖에 나가기로 한다. 현관문을 여는데 문이 평소보다 무겁다. 결국 몸통을 비스듬히 비틀어서 나갔다.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안 보고싶다. 기다란 깃털 몇 개와 흰 솜털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고, 까치가 죽어있다. 문을 조금만 더 열었으면 현관문 틈새 사이로 날개가 끼어서 빼기가 아주 어려울 뻔했다. 끔찍하다. 까치는 눈 뜨고 가만히 있다. 치우지도 못하겠다. 피도 흘린다. 시간 지나면 구더기가 생겨 만지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죽은 지 얼마 안 됐을 때 옮겨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애도의 의미로 담배를 피웠다. 좋은 곳으로 가렴. 근데 길조의 의미인 까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게 방금 전인데, 그러자마자 집 앞에 까치가 죽은 건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지. 엿 먹으라는 거야 이거?

    못 치우겠어서 남자친구한테 전화했다. 남자친구가 다정하고도 성가시다는 목소리를 내며 어떡하느냐며 위로를 했다. 어떻게 목소리가 다정하면서 성가시지. 아무튼 지금 가는 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시간이 애매하게 4시 정도라, 준비하고 가면 6시가 넘을 것이며 그동안은 이미 새가 이 날씨에 부패를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또 덩그라니 남겨졌다. 미애- 하며 고양이가 나타났다. 내 이름 부르는 줄 알았다. 혹시 이거 네 식사니. 이 까치가 유일하게 내가 되고 싶던 무언가였는데. 너는 내 이름 부르고 다니면서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거니. 미워하고 싶었다가 미워할 수가 없었다. 미애라는 못생긴 이름은 고양이가 연상되기 때문에 그나마 귀엽다고 할 수가 있었고 그런 고양이를 미워하는 것은 미애가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자그만 희망 같은 걸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남자친구도 마찬가지다. 남자친구를 놓으면 더 이상 자기를 사랑할 구실이나 기억이 없으니까 그 애를 놓을 수가 없었다. 미애는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었다. 괜찮아지고 싶어서 좀 웃는데도 세상이 괜찮아지지를 않았다. 초대도 안 한 죽음만이 현관 앞에 나타나고.

    미애는 집에 다시 들어가서 버릴 만한 수건을 찾다가 맘을 바꿔 아끼는 도톰한 수건을 집었다. 그러다가 이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에 적당한 수건을 다시 집어서 현관에 비스듬히 나가 다시 까치 앞에 섰다. 응, 나는 너를 치워야 해. 내가 네가 되는 것은 정말이지 불가능해. 네가 하필이면 내 집 앞에서 죽어줘가지고 이제는 내가 뭐 되는 걸 포기할 수 있겠다. 까치가 최대한 손에 직접 닿지 않도록 수건으로 감싸 들었다. 이런 때에는 엘리베이터가 추모 공간으로 썩 좋진 않을 것 같아 계단으로 걸어 내려갔다. 처음에는 죽은 것과 닿는다는 것이 꺼림칙하다가 2층 정도 내려가니까 슬프고 울적해졌다. 까치를 품에 안았다.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따뜻했다. 막 슬퍼졌다. 1층에 도착하니까 엉엉 울고 있었다.

    까치를 도무지 바닥에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이게 유일하게 내가 되고 싶었던 거란 말이야. 이게 진짜 내가 되고 싶었던 거라고. 얼굴은 시뻘겋게 눈물인지 땀인지 모르게 뚝뚝 흘리면서 발로 흙을 팠다. 제대로 파지지도 않는 바닥을 한 발로 계속 파냈다. 조금 움푹해 졌을 때 멈췄다. 까치는 아직도 눈을 뜨고 있었다. 까치를 내려놓고, 이제는 두 손으로 흙을 뿌려가며 덮었다. 하늘을 날던 애도 죽어서는 땅이구나. 묻는 데는 생각보다 한참이 걸렸고, 다 마치고 나니 손에는 깃털 묻은 하늘색 수건만 있었다. 하필이면 하늘색이라 생각했다. 수건을 옆 나무 가지에 묶었다. 하늘을 너무 그리워하면 어쩌지. 그러고는 다시 계단으로 올라가며 하늘에 4층 가까워졌다. 현관 앞에는 아직 핏자국이랑 깃털이 널브러져 있다.

    욕실에 있던 스댕에 물을 받아서 복도에 뿌렸다. 핏물과 깃털이 하수구 쪽으로 흘러가다 털들이 배수관을 막아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다. 꼭 욕실 수챗구멍에 머리카락이 잔뜩 엉긴 것 같다. 한참 울었더니 배가 고팠다.

    냉장고를 열었더니 별 게 없이 주황색 불빛만 깜빡였다. 냉동실을 열었다. 냉동치킨너겟이 있었다. 에어프라이어에 넣어서 200도로 돌린다. 즉석밥마저 다 떨어지는 불행도 등장한다. 이제는 미소를 지을 힘도 없다. 그냥 너겟만 먹는 거다. 너겟들을 그릇에 담으니까 이 녀석들은 공룡 모양이었다. 을지로에서 남자친구랑 먹었던 그 닭은 형체라도 그대로였는데 너네는 공룡이네. 공룡이 되고 싶었을까. 새도 새 나름대로 다른 것으로 태어나고 싶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나도 뭐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이상한 건 아닌 거야.

    공룡은 기어다니다가 소행성을 맞았고
    새는 날아다니다가 고양이에게 맞았으며
    나는 걸어 다니다가 불행을 맞이한 거야.

    먹고 기운을 차리자. 다음 주에는 바람피우고 있는 남자친구랑 헤어지는 거야. 내일은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울 거고. 불행에 사냥당하는 나의 불쌍한 미소에서도 벗어나자. 그냥 왠지 그 저녁참에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희망이 샘솟는다. 그날이 하여튼 날고 싶고 인간이 싫고 뭐 되고 싶었던 생각을 바닥에 잘 묻어주고 장례를 치른 날이었다. 향은 그날 저녁 담배 세 대를 한꺼번에 피우는 걸로 마무리했다. 평소의 세 배쯤 되는 연기가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미애는 스스로의 모습이 아주 웃겼다. 노을 지는 하늘에서 새들이 막 날아갔다. 작별이다 얘들아. 잘 살아라. 그리고 다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새들은 미애의 현관문 틈새로 노란 불빛이 곧 꺼지는 걸 지켜봤다.

    ⎻ 까아악. (잘가 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