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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백권주행(독서모임) 2, 3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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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도서
『몰락의 에티카』,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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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강미리
도망 독후감
문학을 터무니없이 모르는데 이 평론집을 읽는다.
강의실을 잘못 들어간 것 같은 당혹스러움과 지루함은 없었다. 작가의 다른
산문에 반해서 이 책으로 흘러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독후감을 쓰는 게
이렇게 창피한 건 처음이다. 문학에 대한 비평을 내 인생을 성찰하는 데에
활용만 했다는 걸 드러내기가 창피하다.
“미묘하게 서정적인”(228쪽)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것은 “심리학적으로 서정적인 것이 아니라 언어학적으로
서정적인” 글, “전체의 의미에 종속되지 않는” 글이다. 이 두 뜻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추종하고 싶다. 평소에 헐뜯고 싶은 글이
심리학적으로 서정적이었다고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 독후감을 쓰면
쓸수록, 깊은 책을 얄팍하게 핥아서 실생활에 적용하는 과정을 중계하는
기분이다. 괴로워만 하다 시간이 다 되었다. 이제 한 주 동안 다시 책을
즐겨야겠다.
실패기
책을 두 주째 읽으면서는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상황이 안 좋아진 건, 그러니까 더 읽기가 지겨워진 건, 목젖까지 음식이
차서 더 넣기 싫어지는 느낌이 든 이유는 처음 읽을 때 가졌던 객기랑
허세가 다해서였다. 나는 수십개의 작품들 중에서 1개의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압도적이고 빨아들이는 평론은 한국어 가능자로서 읽고 즐길 수
있었지만 미지의 시, 발췌된 시(소설, 영화, 역사)들은 여전히 끝까지
미지의 것들이었다. ‘그렇구나’, ‘우와..’만 마음 속에 메아리 쳤다. 이런
말들이 다소 공허한 대화 뿐 아니라 다소 공허한 독서를 증명하기도 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앞서 이 책을 ‘즐겼다’고 했는데, 말 그대로 그
이상의 공부는 이번엔 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또다른 부작용이다.
’몰락과 서정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바람이 드는 것이다. 이 또한 맥락이
부재한 채 이상한 감동만 줄창 받아서,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느끼함을
홀로 겪는 부작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