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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백권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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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도서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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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영태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난 산타가 있다고 믿었다.
그런 마법이 있지 않은 세상에 살아가는 건 너무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그해 산타의 선물로 받았던 겨울 코트가 맞지 않자, 엄마는 산타가
백화점에서 교환하라고 했다고 하며 백화점에 날 데려가 옷을 교환했다.
시시한 세상 속에 갑자기 던져지고 더 무서운 세상에 적응해갔다.
크리스마스의 마법이 사라졌고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새 내게 크리스마스는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숫자-나이가 뒤에 서서 날 노려보며 버티고 있는 유령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해마다 져야할 책임들이 늘어나고 그 사실을 못 견딘 나는 난
마법보다 더 멋진 친구를 만든다. 술! 크리스마스 망령을 만나도 열 번은
만났을텐데 제정신이 아니었어서 난 갱생을 못했다.
스쿠루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20년만에 다시 읽고 덮으며, 저런 꿈 한 방에 마음을 통째로 고쳐먹는다니
말도 안된다, 고 생각하는 심통난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 너무 고깝다.
성탄절에 힘든 이웃들을 기리고 생각하라는 디킨스의 갸륵한 마음이
아름답..긴 하지만 왠지 나는 내가 더 힘들어! 하고 마음으로 힘껏 외친다.
동화책을 설레는 맘으로 읽고,
산타를 바라던 내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고 너무 별로다. 스쿠루지
급의 갱생 찬스가 필요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제정신으로 있어봐야겠다.
유령이든 망령이든 들리면 뭔가 바뀌것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