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영수 로고

사랑하는 삶은
살아있는 삶

    읽을 때는 그저 도파민이 솟구치기만 했는데 마지막장을 덮으니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특히나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읽을 때면 뒤엉킨 기억이 생각을 멈춘다. 로지, 로이, 어셴든, 키어, 트래퍼드부인, 드리필드 모두 내 안에 있다. 그것도 아주 흉물스럽게. 이들을 싸잡아 조롱하고 풍자하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어셴든의 말을 빌린 서머싯 몸처럼 나는 매일 나의 추악함을 감춘다. 글로, 사진으로, 직업과 명예로 아둥바둥 감싸지만 통제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죽은 아이와 그의 아빠를 두고 남자를 만나러 간 로지의 발걸음처럼.

     사랑에 빠진 여자만큼 사랑스러운 인물은 없다. 그래서 로지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너무나도 사랑하여 계속해서 사랑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그녀의 삶을 동경한다. 자기 자신의 삶보다 사랑을 좇는 그녀의 삶의 궤적이 아름답다. 사랑과 안정감은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로지가 머물렀던 두 명의 남편은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지만 사랑을 주지는 못했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은 반짝 하고 튀는 불꽃의 순간이다. 성냥을 적린에 그을 때 타오르는 불꽃이 가장 크고 아름답다. 그 불꽃을 계속 만들어 낼 수도, 보고 있을 수도 없으니 바싹 마른 장작을 긁어모아 오랫동안 타오르게 만든다. 언젠가 모두 재와 가스가 되어 공기 중으로 흩어질 것들. 사랑이 영원히 지속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들.

     로지는 사랑을 좇는다. 딸아이가 죽은 밤, 드리필드는 그녀를 품에 안고 체온을 나눌 수는 있겠지만 사랑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사랑이 괴롭다. 사랑해서 만났는데,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채워질 수 없는 공허함이 커진다. 타오르는 초와 녹아내리는 촛농을 견딜 수 없어 캔들워머로 향만 취하려고 한다. 다 타버리는 것이 두려워 심지에 불꽃을 붙이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추운 겨울날, 꽁꽁 싸맨 몸 바깥으로 나온 차가운 볼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사랑이다. 어셴든의 입술에 입을 포갠 찰나의 그 순간만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로지는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고,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채워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녀의 삶이 작품 안팎에서 어떻게 재단이 되든, 어쨌거나 『케이크와 맥주』에서 '생명의 잔'을 쥐고 있는 사람은 그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