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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백권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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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도서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김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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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긴개
어떤 이에게는 암환자 보호자였던 과거를 밝힌다. 그것은 선뜻 건네는
인사라기보다 우발적인 실수에 가깝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첫마디 이후의
문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는 암 병동에 보호자로 머무른 적이
있어요."
이 말을 세상에 내뱉어야 한다는 부채감이 나를 오래도록 떠밀었다. 그러나
용광로처럼 부글거리던 마음은 한순간에 덩어리로 굳었다. 오래 된
덩어리는 속에 무겁게 들어앉아 있다가, 어떤 마음이 목 끝까지 차오르면
가끔 그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기억이 여전히 하나인듯
영이고 무한이어서, 도무지 그 뒤엣말을 할 수가 없었다.
김도미 작가의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는 숨통 트이는
이야기다. 병자가 하지 못했던, 하고 싶었던, 해야 했던 이야기들을 단단한
문장으로 깊게 내쉬는 동안 나는 그 옆에서 한숨을 돌리기도,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그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제일 먼저 전하고 싶은 감정은
감사이고, 두 번째는 위로, 세 번째는 응원인데, 이 셋을 어떤 말로
다듬어야 할 지 아직은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뻐끔거리더라도
고개돌리지 않는 것, 귀 기울이는 것. 일단은 이것으로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