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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백권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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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도서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김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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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호수
이번 생은 처음이라 말하기엔 너무 비슷비슷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뻔한 인생이라 말하기도 했다. 치기어린 말투로 호언했지만
가슴팍 언저리엔 사실 그렇게 살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다. 제발 오늘도
발뻗고 누울 때까지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길…
하지만 내 마음 나도 모르고, 내 몸도 내가 알 수 없어서(책 속에서 p.31
‘내 몸은 내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나의 몸은 내 자아의 것이 아니다)
나날은 가보지 않은 숲길과도 같다. 나무와 그늘, 꽃과 나비, 돌뿌리와
가시덤불, 낭떠러지와 양지바른 언덕이 공존하는. 오늘도 돌뿌리에 채이고
가시에 상처가 베인다.
암 치료를 경험한 작가의 산행길은 내가 체감할 수 없는 거칠고 험난한
협곡의 모험이었지만 작가는 수많은 광고가 덕지덕지 인쇄된 홍보용
지도보다 본인 스스로의 이성과 감정, 그리고 시스템 안에서의 도구들을
이정표 삼으며 뚜벅뚜벅 용감히 걸어같던 것 같다. 이 책은 우리 사회
공동체 안에 굳어져버린 질병과 환자, 그리고 의료 체계에 대한
패러다임이나 역할극이 아닌 고통 속에서 살아있음을 더 생생하게 느끼고,
의식하고, 고민하고, 투쟁한 투명하고 아름다운 증언이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을 각자의 고통의 시간에 대한 통찰과 연대의
고백이다.
우리는 각자 아무도 걷지않은 길을 가기에.. 오늘도 탐험하듯, 눈치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