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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
금방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있어

    손을 세 번 씻고도 불안하다. 손 닿는 수전과 손 비누는 더럽지 않았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이미 오염됐 을지도 모르겠다. 꺼진 화장실의 불을 여러 번 다시 껐다 켠다. 다시, 다시, 뻑뻑해진 눈을 병적으로 껌뻑 인다. 자릴 쉽게 뜨지 못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콘크리트로 만든 길을 ‘사랑의 열매 스티커’ 크게 붙은 승합차에 타고 지나간다. 흰 페인트로 만든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어쓰고선, 나의 불행을 못 본 체하며 눈 감고 서 있던 성모상을 지난다. 커다란 병원 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알려준 ‘인지 행동 치료’는 강박적으로 하고 싶음을 스스로 인지하면, 불안해도 그 것을 바로 그만두라고 한다.

     불안한 마음을 두껍게 구워낸 김장독에 가득 담았다. 한 겨울 찬 땅에 독 째고 묻어 곰팡이가 피어도 손 대지 않고 묵히니 썩은 내가 난다. 그런 장독들 집집마다 묻어두는, 노인네들 땀으로 창고에 황금벼 가득 채워도, 자식 하나 들여다보지 않는 매몰찬 동네. 가을 지나 다 베어낸 논 자리는 남은 볏줄기가 노랗게 말라 죽창이 하늘 향해 꽂힌 듯 매섭게 변한다. 여주. 한 겨울 자전거 탄 풍경에서 왜 그리 슬퍼 보였나. 어른 되어 가던 길에 다시 보니 어머니 고향이 동남아인 친구도 여럿 있었지. 낮볕에 나다닌 탓인지, 유 전 탓인지 알 수 없게 다 같이 검게 탄 아이들. 촌스러운 잔 체크가 가득한 교복 입고 내리막에 걸쳐진 정 문 지나 하교한다.

     돌부리에 발이라도 걸리면 바지 째 무릎을 다 씹어먹으려는 표정의 거친 콘크리트 길도, 파란 논 사이로 주욱 부는 바람도, 농담을 이리저리 던지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싱그러운 하굣길도, 보육원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마음 추욱 가라앉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저 그 마음속에 있던 기다림 닮은 제비추리만 갸웃거리고 만다.

     아빠가 올해 안에는 꼭 데리러 올게. 응. 이번 연도 언제? 아빠 서울에서 하는게 그게 잘되고 있어. 응. 그래도 네가 형도 잘 챙기고 동생도 잘 챙기지? 응. 힘든 거 다 알아 하는 일 금방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있어.

     보육원에서, 학교에서, 차별당해 속상할 때면, 깜깜해 아무도 없는 밤에 혼자 나와 남 눈 피해 손으로 빚 은 것같이 낮고 어설픈, 콘크리트 담장 구석 사각지대에 꼿꼿이 서서 달 보면서 울었지. 그때는 담장이 내 어깨만치만 높아 동네 사람들 지나가다 내 얼굴 다 봤겠네. 꼭 믿었지. 부모 된 이가 미안함에 괜히 해둔 이야기에 의지했지. 이게 다 강박증 씨앗이여.

     일순간 파닥이는 것들 멋대로 적어버리지만 절대 멋 부려선 안 되는 것. 내한테 하는 말이 다 그래야지 내가 내랑 살지 하나부터 들어보자 들여다도 보자.

     그래, 그랬구나. 그랬었지. 이젠 다 지나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