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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백권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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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도서
『죽은 다음』, 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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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승우
할아버지 몸이 편찮으시기 시작한 때부터, 어느새 명절이 싫어졌다. 빛을
잃어가는 사람을 마주하자니 슬펐고, 그렇다고 나혼자 그냥 집에
남아있자니 더 자주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 마냥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매년 생기와 빛을 잃어가는 사람을 마주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할
수 없는, 나도 알고 너도 알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결론을 향해
가속하며 다가간다. 그동안 요리조리 잘 피해다녔던, 죽음이라는 순간이
조금씩 뚜렷해진다.
<죽은 다음>을 읽으면서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 이 책은 죽음 이후 남겨진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은 죽음 주변을 향하지만, 내 마음은 그
당사자를 향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당사자 편에 서서 한 번이라도 죽음을
생각해 본적이 있나 싶다. 돌이켜보면, 할아버지의 죽음 그 자체를
상상해본적은 없다. 사후 나에게 닥칠 일련의 과정들과 내가 필연적으로
느낄 감정이 슬프게 다가올 뿐이었다. 참으로 이기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새 할아버지는 명절 때마다 아버지와 삼촌을 안방에 불러 40년도 더
지난 옛날 이야기와 함께 잔소리를 나열하신다. 아마 다가올 결론에 앞서
생각이 많으실테고, 훗날 남겨질 우리를 걱정하시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나중에는 나도 안방에 꼭 들어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