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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지금,
우리는

죽음은 남의 것, 삶은 내 것, 심지어 젊음마저도 내 것.

어리석은 말인가? 나는 몰래 확신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을 거라고.

오늘 지금까지도 죽음은 나의 것이 아니다. 죽음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은 없다. 죽음은 언제나 너의, 혹은 누군가의 것이었다.
'그건 아마도 , 죽음이 숫자 0과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탄생시켰을 정도로 수학에 밝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이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숫자에는 영(0)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사물을 세기 위해 숫자를 만든 사람들에게 셀 수 없고 셀 필요조차 없는 존재인 '무'를 의미하는 숫자는 생경하기만 했다.'
p.36
나를 또래에 비해 장례식장이 익숙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첫 장례식장에선 육개장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 어쩐지 갈수록 육개장과 그 맨밥, 중국산 김치가 제법 입에 맞았다. 죽음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장례식장과 장례의 순서가 익숙할 뿐이었다. 죽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