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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백권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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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도서
『죽은 다음』, 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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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수연
빼곡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지하철을 탔다. 코끝에서 문이 닫히고
당장 앞으로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압력을 견딘다. 이 칸에는, 이
지하철에는 몇명이 타고 있을까. 근처에 있던 한명이 타인의 옷깃이
자신에게 스치는 것을 소리를 내며 불편해한다.
'저럴 정도는 아니지않나.'
출근 시간 지하철에 몸을 싣는 사람 중에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다들 여러가지 사정으로 행선지에 도착하기 위해
욕구를 억제한다. 불편함을 참는다. 그렇게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어 시간과
공간의 뻑뻑함을 이겨낸다.
그런 상황이 불편한게 당연한데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감각과 함께
인성도 상실했나. 지하철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는데, 단 한
사람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 또한 그렇겠지. n명 중에 1명으로
살다가 죽겠지. 그 숱한 죽음들 중 하나가 특별할 일은 없겠지.
"죽은 다음"은 숱한 죽음이 모두 소중한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이어지는지 알려준다.